안녕하세요. 귀차니즘 그 미학의 아린 입니다. 오늘은 원래 클락키의 점보 레스토랑에 대해 소개해 볼까 했는데요. 마눌님께서 "오빠, 미아 된 사건은 안올려요?" 라는 말에 아... 그걸 꼭 올려야 하나... 싶었지만 마눌님은 그 에피소드가 가장 재미 있었다면서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저희 마눌님께서 저를 놀려먹는게 재미진가 봅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구요? 다름이 아니라 싱가포르 여행중 센토사에서 '송 오브 더 씨' 관람을 마치고 비보 시티로 돌아가기 전 있었던 에피소드랍니다. 내일 모레면 나이 서른이 미아가 된다는게 무가 그리 자랑할 일이라고... 여하튼... 여러분도 아린이 타지에서 미아가 되었던 사연이 궁금하세요? 궁금하면 500원.
죄송합니다. 요즘 이게 유행어인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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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송 오브 더 씨'를 관람후 심하게 젖어버린 저를 먼저 임비아 룩아웃으로 먼저 보내고 마눌님 자신은 실로소 포인트에 있는 락커에서 맡겨놓은 짐을 찾아 오겠다고 한 것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같이가. 어떻게 거길 혼자 갈려고 해."
"오빠는 세면장에서 좀 씻어요. 그리고 카메라도 좀 어떻게 해. 바닷물 안좋잖아."
그렇습니다. 아린의 카메라가 아무리 방습방진이 좋다고 한들 바닷물을 끼얹은 상태라 응급 조치가 필요하긴 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이놈에 카메라를 어떻게 센터에 맡겨 청소를 할 순 없는 상황이고 급한대로 물기를 닦아내고 물티슈로 꼼꼼하게 닦는 수 밖에 없었지요. 꿋꿋하게 '송 오브 더 씨'를 찍은자의 말로입니다. 옷은 짜면 그대로 바닷물이 나오는 상황이었구요.
그렇게 저희 둘은 잠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대충 씻고 카메라도 닦고 말리고 하는데 부산을 떨다보니 꽤 시간이 지났을텐데... 하고 생각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대략 20분 정도 지났습니다. 내려갔다 올라오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은 멀었겠지 하고 셔틀버스 승강장에서 마눌님을 기다려 봅니다.
그렇게 블루라인 버스가 한대, 두대, 세대 계속 왔다 갔다 하고. 마눌님은 내리질 않았습니다. 걱정이 되어 마눌님께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안됩니다... 자동 로밍이기에 그냥 마눌님 핸드폰 번호만 눌렀는데 왠 외국인 안내원 목소리만 쏼라쏼라...
임비아 룩아웃에 있는 직원들이 하나 둘 정리를 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죄다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이동을 하고 버스는 오지만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고... 전화는 안되고... 멘붕 제대로 왔습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아직도 근무중인 루지 매표소로 가서 직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린 : 혹시 레드라인 버스가 언제 오나요?
직원 : 네? 레드라인 버스는 이미 끊겼습니다. 손님. 어디로 가실려구요?
헉... 저희는 레드라인 버스를 타고 임비아 룩아웃으로 왔었는데 레드라인 버스는 이제 없고 블루라인만 있을 뿐이라 합니다. 그것도 막차 시간이 거의 다가옵니다. 안절부절하고 생각하는대로 영어는 안나오고 손짓발짓으로 이야기 해 봅니다.
아린 : 제 와이프가 실로소 포인트 쪽으로 짐을 찾으러 내려갔는데 다시 오지 못하고 있어요. 어떻하면 좋죠? 시간이 한참 지났어요.
제 물음에 직원에게서 황당한 대답만 듣습니다.
직원 : 네????!!! 당신의 와이프가 당신 짐을 들고 도망을 갔다구요??
헐... 제가 도대체 뭐라고 말을 했기에 전달이 저렇게 되었을까요...
아린 : 아니에요. 제 와이프는 도망을 가지 않았어요. 이렇게 이곳에서 여기로 가서. 짐을 찾았어요. 그리고 이곳으로 다시 와야해요. 근데 오지 않고 있어요.
얼굴은 제가 생각하기에 이미 울기 일보직전이었을것 같습니다. 제 표정을 보며 직원은 안타까움 반 웃음 반 섞인 묘한 표정으로 절 바라봅니다. 대화가 통하질 않으니 도와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제 꼴을 보아하니 완전 엄마 잃고 눈물콧물 질질 짜며 엄마 찾아달라고 애원하는 꼬마 아이와 다를바 없었기 때문이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답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단이 싱가포르에도 있는건가? 그럼 납치된건가? 납치 된거면 어떻게 찾아야 하지?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 어떻하지? 돈이랑 여권이랑 전부 짐안에 있는데. 그럼 대사관 부터 가야 하나? 이대로 못 찾으면 카메라부터 싸게 팔아버리고 당장 대사관으로 가서 실종신고부터 해야지. 왜 안오는거야.
정말 별에 별 상상력이 총 동원됩니다. 연락도 되지 않아. 올 시간도 한참 지난것 같아. 그렇다고 먼저 전화가 오는것도 아니야. 생전 처음 와 본 말도 통하지 않는 싱가포르에서 국제 미아가 되어가고 있는 아린이었습니다.
그때 들린 구세주와도 같은 목소리.
"오빠~ 오빠~ 오빠~~"
앗 마눌님이다!!!
"됐어요. 왔어요. 제 와이프가 왔다구요!! 왔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함박 웃음을 지으며 뭐가 고마운지도 모르겠고 연신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떠나는 제게 직원분은 한껏 웃으며 잘가라는 대답만을 해 주실 뿐이죠. 제대로 듣지도 못했어요. 그게 귀에 들어오겠어요? 마눌님이 왔는데.
급하게 달려가 마눌님과 조우하자 이제 얼굴에서 울음기가 사라지는 아린입니다. 실로소 포인트에 블루라인 버스가 계속해서 안왔다고 합니다. 오는대도 한참을 돌아 왔다고 시간이 걸렸다네요. 이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마눌님께 이야기 하니 박장대소를 합니다.
"우쭈쭈~ 그래쩌요~ 진아 잃어버려서 울어쩌요? 내가 보고싶어쩌요? 나 보니 좋아요? 울지마~ 애기야~"
저는... 진짜 리얼 심각했는데 말이죠... 케이블 승강장으로 걸어가며 마눌님 손을 꼬옥 잡고 말했습니다.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 혼자 다니지도 말고 앞으론 같이 다니자. 사랑해요"
일단은 국제미아가 될 뻔한 위기는 모면했지만... 다시는 이런 경험 가지고 싶지 않네요. 어디 혼자 절대절대 보내지 않을겁니다. 제가 바보처럼 보일 수 있고 처음부터 마눌님을 혼자 보낸 제 잘못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뿌리쳐도 그냥 같이 가는건데.
어떠세요? 나이 서른이 다 되어서 미아가 될 뻔한 이런 기가막힌 사연... 제가 바보같죠... 우선 저 처럼 영어가 안 되시는 분들. 꼭 붙어 다니세요... 저 처럼 이상한 대답만 듣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네요. 비 맞으면서 출근하긴 싫은데...
내일은 진짜 클락키의 명소 점보 레스토랑의 칠리 크랩과 블랙 페퍼 크랩에 대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추천 꾸욱~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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