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의 일상다반사/잡다한글

블로거에게 돈을 받지 않으려는 식당. 잘 먹고도 기분 나빴던 황당한 사연

아린. 2013. 3. 11. 07:26


안녕하세요. '귀차니즘 그 미학'의 아린입니다. 오늘은 얼마전 아린이 음식을 잘먹고 식당에서 겪은 황당한 사연에 대해서 말을 해볼까 합니다. 왠만하면 밥 잘먹고 성질 안내는 아린이 식당에서 화까지 내었던 일인데요. 어쩌면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블로거들의 만연한 병폐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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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본 포스팅과 관련이 없음을 알립니다.

맛집 블로그를 하면 체험단 활동도 함께 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의 한 부분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이는 대형 쿠폰업체를 통해서 진행되며 체험단 활동 맴버는 양질의(복불복입니다.) 음식을 무료로 체험 할 수 있으며 업주와 쿠폰업체는 블로그를 통한 홍보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체험을 했다고 해서 맛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쓰지는 않습니다. 식사 후 맛이나 서비스가 "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곳은 쿠폰업체와의 조율을 통해 후기를 쓰지 않는 처리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런 부분은 상호간의 합의를 통해 나는 식사를. 업체는 홍보를 얻는 일종의 계약 관계입니다. 이 이외에는 정상적인 고객. 즉 재화를 이용하여 자신의 얻고 싶은 것을 얻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블로그에 리뷰를 남깁니다. 이것이 상식이고 정상적인 경제 원칙입니다.

하지만 얼마전에 제가 겪은 일은 이러한 상식을 뒤엎어버리는 일 이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땐 왠만하면 카메라를 소지합니다. 물론 남들 보기에 커다란 DSLR을 가지고 다닙니다. 요즘은 DSLR이 많이 보급화되어 예전처럼 전문가용이라는 인식이 많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저 역시도 식당에서 저 처럼 DSLR을 가지고 다니며 음식이 이쁘다며 찍으시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이런 것 처럼 DSLR의 소지가 많이 보편화된 상황입니다. 무조건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특정 카테고리에 상시 포스팅을 올리는 블로거는 아니라는 소리죠. 개인적으로 찍어 일상 이야기에 적을 수도 있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 아린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https://facebook.com/guichanist.kr)

식사 도중에 직원분이 오셔서 여쭤 보시더군요. "혹시... 뭐하시는 분이세요? 사진을 찍길래~ 블로그 하세요?" 제가 음식 사진 찍는 사진을 오고가며 보셨나 봅니다. 아무렇지 않게 "네. 블로그에 올릴려고 찍는거에요."라고 대답합니다. 블로그 하는게 벼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 하는 성격은 아니라 다 말하죠. 이때 업주의 반응은 세 가지 입니다.

A : 잘 부탁한다. B : 찍지 마라. C : 무반응

A의 경우 이때부터 업주는 다소 저자세로 시작되며 서비스 혹은 업주가 말이 많아집니다. B의 경우는 아직 한 번도 겪은적이 없는데 주위에서는 조금 흔히 겪은 일들인가 보더군요. C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닌가 싶은데. 아무렇지 않게 생각합니다.

"아, 블로그 하시는 분이세요? 미리 연락 주셨어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이 집은 아직 한 번도 쿠폰 사이트에 뜬 적이 없어서 블로거 홍보를 별도로 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했죠. 

"아니요. 원래 자주 왔는데 블로그에 올릴려고 찍는거에요." 

"아. 그러시면 처음에 블로그 하는 사람이라 말했으면 우리가 [○]으로 드렸을텐데..." 

여기까지는 그래도 좀 이해가 갔습니다. 조건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업체를 홍보해 주려는 손님에게 선의로 음식을 조금 업그레이드 하거나 사이드메뉴, 혹은 음료를 서비스 하는 업체는 많습니다. 저도 블로거이기 때문일지 아니면 원래 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적으로 파는 메뉴보다 소량으로 맛 볼 수 있는 디저트나 사이드 메뉴는 몇번 서비스로 받아 봤습니다.


▲ 위 사진은 본 포스팅과 관련이 없음을 알립니다.

집 근처라 원래 자주 가던 곳이었습니다. 손님도 많고 맛도 괜찮고. 블로그에 올리는게 어떨까 해서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던거죠. 평소에도 맛 때문에 갔던 곳이라 음식 괜찮았습니다. 식사를 즐겁게 마치고 일행에게 제 카드를 준 뒤 저는 짐을 꾸리고 있는데 다시 카드를 가져다 주며 돈을 안받는다고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설마?? 하며 계산대로 갔더니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작은 음성은 정말 황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잘 드셨어요? 저희는 블로그하는 분들께는 음식 값을 받지 않아요. 그냥 가셔도 되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블로거에게는 돈을 안받는다니요.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다시 되물었습니다.

"블로그 하시는 분이라 돈 안주셔도 되요."

"아니요. 계산해주세요. 제가 불편해요."

"아휴... 저희 매니저가 돈 받지 마라고 했는데..."

"계산 해주세요."

"잠시만요. 매니저한테 물어보구요."

돈을 안받는다는 식당. 돈을 주려는 고객. 이거 뭔가 반대로 된 것 아닌가요?

"죄송한데... 그냥 가셔도 되요. 돈을 받지 마라고 하시네요."

이젠 화가 납니다. 도대체 블로거가 무슨 큰 벼슬이라고 이렇게까지 한단 말인가요. 아주머니께 화 낼 상황은 아니지만 화가 나서 언성이 좀 올려가며 말을 했습니다.

"저기요. 계산해주세요. 이러시면 제가 맛있게 밥을 먹고도 이 식당을 더 이상 좋게 볼 수가 없어요. 당장 계산해주세요."

머뭇거리시는 아주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계산을 해주시더군요. 38,000원. 식사 한 끼로 절대 적은 가격이 아닙니다. 씩씩 거리며 나오는 제게 일행이 "저기선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글 써주는 블로거한테 선의로 그러는건데 너무 화내는거 아니야? 글 쓰는 시간, 노력 생각하면 저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아?" 하고 말하는데 여기서 저 음식을 공짜로 먹고 나오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파워블로거지'와 다를게 뭐가 있냐고 대답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 노력 모두 제가 좋아서 하는 것입니다. 제가 맛보고 제가 갔던 곳의 리뷰를 통해 다른 분들이 타지에 가서 식당을 고를때의 번거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고 도움이 되고 포스팅에 달리는 댓글 하나, 이웃의 방문 한 번이 좋아서 블로그를 운영 하는 것입니다. 소수의 블로거로 인해 블로거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대로 나빠졌지만 나만 안그러면 된다. 하고 행동했는데... 씁쓸한 식사였습니다.

"나는 블로거이기 이전에 돈을 내고 음식을 먹는 고객. 즉 소비자입니다.

블로거를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당신의 생각에 피곤하게 이렇네 저렇네 말하긴 싫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라면 자신이 판매하는 음식에 대해 자부심이란게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당신의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이 돈도 받지 않을 만큼의 가치입니까?

내가 내 시간, 노력을 들여 글을 쓰는것은 내가 좋아서입니다.

당신에게 음식을 공짜로 '얻어먹어서'까지 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식대를 받지 않겠다니요. 맛있게 먹고도 기분이 상합니다.

끝끝내 받지 않으려해서 성질을 냈습니다만 실망입니다.

다른 블로거에게도 이렇게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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