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상경한지 벌써 2년. 매일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면서 서울 지하철은 진정 서울 시민의 발이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외각 지역으로 벗어나지 않는 한 정말이지 차가 필요없는 지하철 생활권은 지방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랍니다.
대구 살 적 2호선이 개통한 것만으로도 편리했었는데 서울의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정말 지하철이 안다니는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든답니다. 뭐... 아직도 2호선 라인 밖은 별천지 같은 아린입니다. ^^;
서울의 지하철을 타고 생활하며 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관경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것을 고른다면 지하철 내 잡상인과 구걸 하는 장애인분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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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에 대해서 그리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아린은 아니지만 사람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마 그럴 수 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겠지 하며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그분들도 구걸이 좋아 하는건 아닐테니까 말이에요.
맹인분들이 지팡이 하나로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아슬아슬 몸을 지탱해가며 지나가는 모습도, 어딘가 몸이 편찮아 보이는 학생이 구걸용 안내 용지를 들고 와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중히 내려놓는 모습도... 각자의 인생에서는 치열하도록 악을 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도가 지나치다 싶어 보이는 분이 유독 계십니다.
2호선 라인을 이용하는 분들이라면 자주 보았을 수도 있는 절름발이 할머니 입니다. 한쪽 발이 유난히 불편해 유난히 길울여진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구걸을 하시는데요. 불편한 몸으로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도 짠해지는데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송두리째 날려 버리는 할머니의 행동은 오히려 짜증을 야기 시킬 정도입니다.
몸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거동이 불편하기에 코팅된 구걸용 안내문을 음란물 찌라시 날리듯 날려대는 모습은 봐줄 만 합니다. 기분이 좀 나쁘긴 해도 '몸이 불편하니까' 라고 넘길 수 있습니다.
안내문의 내용은... 뭐 그러그러한 스토리입니다. 병원비가 없으니 도와달라는 호소문입니다.
그렇게 한 칸의 승객에게 돌린 안내문을 다시 회수할때는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쯤에서 손만 쭉 내밀어 다시 달라고 하십니다.
네. 이 모습도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시니까요.' 하지만 할머니라고 해서 백발백중은 아닐때가 있죠. 다리에 맞아 튕겨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솔직히 꽤 자주 봅니다. 그런 경우 정말 꼴사나운 모습이 연출됩니다.
"줏어!! 몸 불편한 내가 그걸 줏을까! 사람이 말이야! 줏어줘야 할 것 아니야!"
이게 당췌 무슨 상황이란 말입니까;; 구걸하는 입장에서 도리어 버럭질을 하며 상대방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당신께서 날린 종이고 당신께서 빗맞춘 종이인데 그것을 회수할때에는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야 하는데 바닥에 떨어졌다 해서 줏어주지 않으면 금세 호통을 치고 화를 낸답니다.
이 구걸 할머니를 볼때 열에 여덟, 아홉은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정도면 구걸하는 할머니의 입장이 더욱 의기양양해 보인답니다.
구걸. 앞서 말씀드린데로 누군가에게는 자기 각자만의 사정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하루를 연명해 나갈 지 모르는 삶인데 이런식으로 면박을 준다면 누가 도와주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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