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의 일상다반사/잡다한글

사장님의 스트레스는 곧 나의 스트레스.

아린. 2010. 6. 15. 22:40

Self Portrait As A Stressed-Out Bride To Be by BrittneyBush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아놔 젠장!!! 말아먹을!

많은 분이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상위 0.1%는 제외일까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고. 일하기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을 다니고 직장에서는 당연히 계급사회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직장에나 통용되는 현실입니다. 일반 사원, 주임, 대리, 부장, 과장, 차장... 물론 이런 거창한 계급 말고 다이렉트로 계급이 정해져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개인사업체이지요. 딴 거 없습니다. 사장 - 직원. 직장 밖에서 사용할 만한 호칭 때문에 주임, 대리 등으로 불리긴 합니다만 그냥 사원입니다.
이런 개인사업체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장님의 눈치보기, 분위기 맞추기 등의 중요 스킬을 습득하게 됩니다. 사원이 많지 않고 직급도 들어온 날 수만 차이가 있을 뿐 같다고 보면 되는 이러한 곳에 일하다 보면 정말 "사장님"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의 기분에 따라 그날의 하루가 달라집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 서넛에 알콩달콩 일하는 사무실 분위기. 그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같은 분위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것들도 생깁니다. 특히 남자 사람들만 있는 오아시스 따위 말라버린 사막 같은 삭막한 사무실은 그 정도가 더 하답니다.
사원들끼리는 반말, 존대 섞어가며 분위기 참 좋습니다. 사장님과도 호칭 대신 이름 부르며 동네 형님 같은 분위기로 화기애애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그러다 사무실에 무언가 일이 터지게 되고 그것이 사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될 때. 이제부터가 이 가족 같은 분위기의 문제가 나타납니다.
문제가 생긴 순간부터 음침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고 때아닌 사장님의 야자타임이 시작됩니다.
"태 주임. 야 너는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너 무슨 생각으로 일 처리를 그렇게 하는 거야?"

조금 더 순화해서 넘어 갈 수도 있는 단어표현들이 서로 편해진 관계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막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사장님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체감온도
사무실 그 곳의 날씨는 출근시간 사장님께 "안녕하십니까~" 하는 인사로 부터 시작됩니다. 만약 아침부터 사장님께 무언가 꼬인 일이 있다면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무거운 분위기. 사장이란 직위를 가지고 있지만 역시 사람입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다고 해서 허허허 웃으며 모든것을 처리 할 성격 좋은 사람은 드물답니다. 공/사를 구분치 않고 만약 심기가 불편하다면 그날 하루는 정말이지 고역입니다.
"이봐 태 주임. 어제 내가 말한것 어떻게 됐어?"
"오늘 그것 다 해놓고 퇴근해. 그리고 이 건도 같이 하고."
"다했어? 아직도 덜했어? 뭐하는거야!"

업무 분량이 갑자기 늘어나고 처리 시간은 그 배가 되어 압박되기 시작합니다. 몸도 하나고 그렇다고 따로 분담 할 여건도 되지 않는다면 지옥이 따로 없죠. 이런 날은 정말이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장님께 다가가
"사장님! 정말 왜 이러십니까!!" 라고 외쳐라도 보고 싶지만... 그것은 상상속에서만 가능한일... 일을하고 봉급을 받아 일을 하는 사원의 힘없는 서러움이란 이런...것일까요?

039 | Headache by The Doct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반대의 경우도 있답니다. 그건 바로 사장님의 기분이 좋은 날이죠. 그날은 작은 실수가 일어나도. "뭐 그럴수도 있어. 괜찮아~" 이런 경우도 생기고 사원들과 농담도 주고 받으며 정말 화기애애하고 훈훈한 사무실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정말 바람직한 근무환경 아닌가요? ^^

하지만 사장님을 이해해 주자.
모든것을 총괄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항상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입니다. 개인 사업체의 대표가 되는 사람의 경우는 좀더 심할 지도 모르겠네요. 금전적, 사회적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의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신도 알고 있습니다. 사원이 로봇이 아니란 것을. 언제나 자신이 지시한 것의 모두를 정해진 시간안에 톱니바퀴 맞물리듯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요.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미뤄진다면 그 앞을 내다보고 생각한 것이 막혀 제대로 진행 될 수조차 없을 수도 있고 그 안에 금전적인 문제까지 겹친다면 정말이지 모든것을 때려쳐 버리고 싶을 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사장님께서 괜히 나를 화풀이 상대로 여기시는건가. 라는 생각에 앞서 먼저 그분의 상황을 고려하며 아... 정말 많이 힘이 드신가보다. 하며 한발 뒤로 물러나 사장님을 이해해 보는건 어떨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갈등이란 없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해해 보려 한번 더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많은 부분을 이해 할 수 있을겁니다. 꽤나 다혈질 사장님 아래에서 1년6개월을 보내며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