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의 일상다반사/잡다한글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30년 전통 홍대의 랜드마크. 리치몬드과자점 홍대점의 마지막을 새기다.

아린. 2012. 2. 1. 07:30

오늘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인터넷 뉴스를 볼때였습니다.

홍대에 들릴때마다 항상 찾아갔던 리치몬드과자점이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어째서? 왜? 라는 궁금증으로 기사를 읽어보니 요약된 내용은

롯데가 건물주와 계약하려 하자 롯데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리치몬드 측이 영업을 중지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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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몬드 홍대점의 영업중단 소식을 보고 퇴근후 부랴부랴 짐을 챙겨들고 매서운 눈바람을 해치며 마눌님과 함께

홍대로 향했습니다.

아. 인터넷 기사에서 본 내용 그대로 벽에는 영업정지 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었습니다.

30여년간 홍대를 지켜온 리치몬드 홍대점의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안내문을 읽고 매장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어서오세요. 리치몬드 입니다."

"어서오십시요."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분들은 평소와 같이 손님을 맞이하였습니다.

매장 내부는 저와 마찬가지로 리치몬드 홍대점의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사람들 마다마다 입에서 리치몬드 홍대점 폐점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었습니다.

"여기 오늘까지 영업한대..."

"여기에 다이소랑 엔젤리너스 생긴다면서?"

"안타깝다. 여기 빵 맛있는데."

"여기 문 안닫았으면 좋겠다..."

"나 어릴적 부터 있던 곳인데 이제 없어지네."

등과 같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말들로 인해 절로 숙연해 지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카운터의 직원분들은 당장 오늘까지만 영업을 하는 매장의 직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밝은 얼굴로 손님들과 마주보며

계산을 도와주고 계셨습니다. 걱정과 안타까움은 분명 매장을 찾는 고객보다 더 할 나위없이 깊을텐데 그분들은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단지 다른날과는 다르게 조금 바쁜 날과도 같은 모습으로 근무를 하고 계셨습니다.

이미 폐점이 결정된 상황에 쓴웃음으로 고객을 대하는 모습보다 훨씬 좋아 보입니다만...

그 모습이 오히려 무대위에서 웃음진 가면을 쓴 울고있는 삐에로와 겹쳐 보인건 저 혼자만 이었을까요?

"슈크림 빵 없나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만들어 올거에요."

대다수의 손님들이 리치몬드과자점의 명물 슈크림 빵을 찾고 있었습니다. 워낙 많은 인파속에 재고가 동이 난 모양입니다.

난리 아닌 난리속 리치몬드 홍대점을 취재하러 온 것일까요? TV조선 촬영팀이 보입니다.

홍대점의 폐점이 결정된 후 얼마나 많은 기자와 방송사들이 찾아왔을까요... 씁쓸합니다.

슈크림 빵을 기다리며 둘러본 사진으로 기억될 리치몬드과자점 홍대점의 빵과 케익들이 진열된 모습 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하지 마세요. 성산본점과 이대ECC점에서 계속 리치몬드의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리치몬드 자체가 사라지는것은 아니잖아요?

"슈크림 나왔습니다. 구매하실 분들은 카운터 앞에 줄을 서주세요."

기다린지 십여분이 훌쩍 지났을때 매니저로 보이시는 분의 외침이 들리기가 무섭게 다른 빵을 고르던 손님들이 앞다투며 카운터

쪽으로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동나는 슈크림 빵입니다. 마눌님도 줄을 서더니 2개를 사왔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리치몬드의 슈크림 빵입니다.

본점이나 이대ECC점에 가더라도 맛 볼수 있을텐데 뭐가 그리 아쉽다고 몰려가 줄을서서 이걸 사는건지...

그러면서도 이걸 사오는 저와 저희 마눌님은 또 뭔지... ^^

그 자리에서 바로 신선한 슈크림 빵을 맛 보았습니다. 달콤한 크림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리치몬드만의 슈크림 빵 입니다.

리치몬드과자점의 크림은 바로 이런 크림입니다. 무려 A.O.C 인증을 받은 우월한 존재.

인터넷 쇼핑몰도 있으니 이곳에서도 제과류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http://richemont.co.kr

리치몬드과자점은 서울특별시가 지정한 트랜스지방 안심과자점입니다.

소비자의 건강도 함께 생각하는 업체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대한민국에 8명 밖에 없다는 제과 명장중 제 3호 이신 권상범 제과명장님께서 방송 인터뷰 중이십니다.

무슨 내용의 말이 오고 갔을지 대충 짐작은 갑니다.

대다수의 기사들과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이 되었겠죠.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서 라던지... 지금의 심정. 뭐 그런게 아니었을까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손님들의 방문은 사그라들 줄 모르고 리치몬드 홍대점 내부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대는 밖과는 다르게

훈훈함만이 가득합니다. 빵은 굽는 즉시 다시 진열되고 손님들은 갓 구워진 빵을 쟁반에 담아갑니다.

이 모습은 계속 되었습니다. 아린과 마눌님이 매장 밖을 나서는 그때 까지도 말입니다.

폐점 소식에 끊임없이 몰려드는 손님과 그 손님의 방문에 부응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계속 빵을 구워내는 모습에서 리치몬드

홍대점은 문을 닫지만 리치몬드의 역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그들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기업은 상권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이동하며 또한 발전하고 성장해 나갑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권력이라지만 돈을 어떻게 쓰냐에 따라 그 기업의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단순히 주변 상권보다

지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자리뺏기라면 이는 사람들에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 30년이라는 세월 속에는 리치몬드과자점 홍대점 건물이 세워지던 때 세세한

인테리어까지 신경을 썼던 권상범 명장의 정성과 헌신, 그리고 수 많은 고객들의 추억이 가득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건물주와 기업간의 계약이 파기되어 리치몬드 홍대점의 명성이 그대로 이어져 갔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하지만... 바램은 단지 바램일 뿐이겠죠. ^^;

매서운 늦겨울 칼바람을 맞아가며 방문한 리치몬드과자점 홍대점은 30년이란 시간과 그 명성이 말해주듯 홍대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하였으나 1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추억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만 추억은 항상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신 권상범 명장님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양해를 구했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곤 흔쾌히 포즈를 취해 주셨습니다.

명장이라는 타이틀 아래 리치몬드과자점 홍대점을 30여년 이끌어 오신 권상범 명장님께 감사하며 또한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추천 꾸욱~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