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의 일상다반사/잡다한글

여러분께는 이런 친구가 있으신가요?

아린. 2010. 3. 18. 00:51

월요일의 일입니다. 친구녀석이 갑자기 대구로 내려온다고 하더라구요. 무슨일이냐 그러니까 절 꼭 보고 할 말이 있다는 군요. 도저희 절 이렇게 내버려 두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

"아린아. 진짜 왠만하면 서울 올라와라. 내가 너 못보겠다."

"서울 가면 무슨 수가 생긴다고 그래...여기서도 이런데."

"야 아니야. 서울은 틀려. 제발 올라와라 벌써 27살이다. 28살 되면 정말 답이 없어..."

그렇습니다. 올해 전 27살. 20대의 후반의 문턱을 밟았습니다.

이 문만 넘으면 나도 곧 30대...

 

말인즉슨 27살에 아직도 미래 플랜하나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저를 친구로써 바라보기가 안타깝다며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 추천을 할테니 이번에는 죽어도 올라오란 겁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서요. 앞으로는 두번다시 저한테 이런말 하지 않을거라면서 협박아닌 협박을 하더군요. 사실 이전에 수없이 저한테 러브콜을 쏘아대던 친구였습니다.

사실 서울은 저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준 도시는 아닙니다. 23살 군복역을 마치고 옛친구가 서울로 와서 같이 일하자는 말에 올라갔더니 그놈에 다단계로 저를 끌어들이더군요 -_-;; 그래서 딱히 누가 서울 오라해도 난 대구가 좋아~ 대구가 좋아~ 이런식이었습니다. 물론... 지금 이 친구는 절대 그런쪽에 종사하는 친구가 아니며 근무지도 IT계열에서는 왠만하면 다들 아~ 하는 회사입니다. 단지 서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이나 당장 살곳도 문제였죠 -_-;;; 서울에 아는 지인이라고는 몇몇 동생과 이 친구 뿐이거든요.

다단계라고 들어봤남??

 

이녀석 그래도 이쪽에 종사하면서 자신 역시도 집안에 적지 않은 빚을 막고 한달한달 생활비를 매꾸는 카드인생을 살다가 이번에 천만원 보증금을 내고 월세를 아끼는 다이나믹한 성과를 제게 보여주더군요 -_- 불과 얼마전까진 이 친구도 한달벌어 한달사는 듯 했는데 언제 이렇게 돈을 모은건지...당장 올라오면 많이 힘들겠지만 조금씩 모아 자기처럼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라고 합니다. 그래도 대구보단 기회가 많은 땅이라고 서울은 틀리다며... 서울에 오겠다고 하면 이번에 이사하며 남은 보증금을 제게 선뜻 주겠다고까지 합니다. 이렇게까지 저를 몰아붙이며 원,투, 카운터까지 먹이고는 다음날 아침에 서울로 올라간 친구녀석은 다음날 아침 메신저에서 저를 보자마자 말을 건내더군요.

"우리회사 이력서 내라! 내가 너 무슨 일이 있어도 추천해볼게. 너도 일단 이쪽일에 경력 있잖아. 같이 일하자 임마!!"

적었습니다. 이력서 -_-;;;

 

네...적었습니다. -_-;;; 간만에 모니터 앞에서 주구장창 이런글 저런글 어떻게 써야 하나 골머리 싸매가며 이력서 한장을 적었더랬습니다;; 그리고 방금 이력서를 회사로 업로드 하였습니다. -_-a 이제...내일이면 인사담당자가 제 이력서를 열어보게 될까요?

여러분은 이런 친구가 있으신가요? 자신의 여자친구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는 친구. 나의 미래를 위해 서울에서 차를 몰고 5시간을 달려온 친구. 내가 힘들때 나를 데리고 바다로 가는 기차에 태우는 친구. 술도 못 먹으면서 제게 술 한잔 먹자며 먼 거리를 달려오는 친구...

전...정말 세상에 너무 큰 선물을 받은 행운아 같습니다.

 

고맙다 친구야.


ps. 오해의 여지가 있어 말씀드립니다만;;; 이미지는 모두 flickr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영어 이력서라니요 -_-;;; 후...후훗;;;;;; ㄷㄷㄷㄷ 저걸 쓸 정도면 여기 안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