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의 여행 이야기/대한민국

▩서울 모래내시장▩ 모래내시장. 진짜 사람 냄새나는 그곳의 뒷 이야기

아린. 2012. 3. 12. 23:59

모래내 시장을 둘러보며 전 어릴적 어머니 손을 잡고 신기한듯 시장구경을 나섰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참깨 볶는 냄새, 갓 만든 두부 냄새, 시장 아주머니들의 정겨운 소리.

2천원치 나물 한바가지 사면서 더 달라며 옥신각신 웃으며 흥정하는 모습. 지루한 시간때 근처 한복집에서 아주머니들끼리 화투치는 모습. 이것 좀 보고 가라며 손 흔드는 상인들의 모습...

근래에 겪을 수 없었던 값진 옛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진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래내시장은 흥겹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래내시장 주변은 재개발 구역으로 계속해서 부수고 짓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솟아오르는 아파트 만큼 주변의 모습은 점점 흉물로만 변해 가고 있었습니다.

모래내시장의 끝까지 가면 철 구조물과 천으로 팬스를 쳐 놓았습니다. 그 너머로 바라보면 활기찬 시장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황폐한 모습 뿐이었습니다...

곧 쓰러져도 무색할 건물들. 그곳에서는 계속해서 중장비들이 오가며 삽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이 만들어 지려면 지난것을 버려야 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 할 수 있는건 신 밖에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엔 모래내시장과 같은 이런 재래시장이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재래시장을 살리자. 살리자. 라며 전시행정에만 그치지 말고 이렇게 남아있는 시장 부지를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주변 상권 강화를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여 실질적인 재래시장 살리기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제가 정치가가 아니므로 이것은 이렇게 해야 하고 저것은 저렇게 해야 한다느니 하는 행정적인 방안을 내 놓을 수 없습니다. 무조건 대형마트를 들어서게 하지 맙시다 라던지 그런 생각없는 말도 못하겠습니다.

어느 상인분께서 말씀 하시더라구요. 재래시장을 아무리 홍보해도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면 상인분들 입에서 어찌 저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요. 단발성 전시행정이 아닌 앞을 내다보고 지역민들과 공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제가 어릴적 지켜보고 푸근함을 느끼고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이런 시장이 오래도록 보전되어 저 말고도 제 아이들과 더 훗날 손자들 까지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통시장을 어지럽고 불편한 곳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가 지켜야할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