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의 일상다반사/잡다한글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 그리고 운명을 거스르는 남자. 김남일.

아린. 2010. 6. 23. 08:01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남아공월드컵페이지 메인(http://sports.news.naver.com/wc2010/index.nhn)

2010년 6월 23일. 한국시간 새벽 3시 30분. 운명의 시간은 다가왔습니다. 거리를 다니던 사람들도 멈추고 식당에서 미리 자리를 잡고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어느세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었죠.
고기가 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스크린을 바라보며 모두가 하나되어 대한민국! 대한민국! 하지만 우리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전반 11분 나이지리아의 선제골이 터지며 식당의 분위기는 급 침묵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 이렇게 16강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하고 물러나야 하는것일까? 아니다. 이제 겨우 전반 11분. 남은 시간은 많다. 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열심히 응원을 했죠.
전반전이 끝나기 10분전 이정수의 동점골이 터지며 희망이 보였습니다. 더 큰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을 하였습니다. 이미 식당의 손님, 종업원 할것 없이 모두 스크린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쉬는 시간동안 동점골의 흥분을 메뉴주문을 통해 풀었습니다. ^^ 정말 쉬는 시간동안 종업원들이 쉴틈없이 테이블의 호출벨 소리에 왔다갔다 정신이 없어 보이더군요.

후반전 시작 휘슬이 울리고 체 5분도 되지 않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박주영의 그림같은 슛이 펼쳐졌습니다!! 그동안 아르헨티나전 실수를 만회하고 팬들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는듯 박주영의 오른발 슛은 골대 우측을 쏙 들어가며 역전골을 터트렸습니다.

하지만 역전골의 기쁨도 잠시. 교체 투입된 김남일의 파울로 페널트킥이 선언되고 결국엔 나이지리아 야쿠부 선수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게 되었죠. 다시 침묵... 정말 피가 마르는 경기였습니다. 한골만...한골만 더 넣어달라... 본선 16강 꼭 진출했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양팀 모두 득점없는 경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갑자기 환호성이 터지더군요. 무슨일인가 했더니 경기화면 우측 아래에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전의 스코어가 올라왔더군요. 1:0 아르헨티나가 선취골을 넣었습니다.
아! 희망이 보인다! 아르헨티나 화이팅!! 대한민국 선수들 득점하면 더 좋겠지만 적어도 역전만큼은 허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소식을 들은 걸까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정말이지 빠르고 강했습니다. 그들의 슛 한방한방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꼭 쥔 주먹 사이에 땀이 고이는듯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듯 하더니 또 다시 함성. 경기종료 10분체 남겨두지 않고 아르헨티나가 추가골을 넣어 2:0 으로 그리스를 멀찍이 따돌려 놓았습니다.
된다! 가능하다! 간다! 간다간다간다!! 가자 16강!! 이대로만 이대로만!

삐익!!

경기종료 휘슬이 올리는 동시에 식당이 떠나갈듯 함성과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대한민국 월드컵 원정경기 최초로 16강 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해내며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홈경기가 아닌 타지의 낮선 환경에서 자신의 실력을 100%만큼 다 끌어올리지 못하던 우리 선수들. 결국 16강 진출을 해냈습니다.

축구의 규칙, 선수들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저이지만 이렇게 가슴떨리도록 재미난 경기를 볼 수 있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경기를 다 보고 난 후 소지품을 챙기며 식당을 걸어나오던 저는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더군요.
바로 최근 네이버 지식인에 16강 성지로 일컬어진 답변입니다. 6월 9일 그리스전, 아르헨티나전의 스코어를 미리 예언한 그는 나이지리아 전에서 한국은 2:1로 승리를 할 것이라고 했었는데. 과연 지금쯤 그곳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까 무척 궁금하더군요.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잠깐의 수면을 취하고 집에 들어오자 마자 해당 페이지를 갔습니다. 그리곤 정말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습니다.

해당 답변은 이미 댓글이 14000개가 넘어갔습니다. 엄청난 성지순례 행렬들...하하하. 그리고 오늘 경기 결과 이후 올라온 댓글...한번 보시겠습니까?

운명을 거스르는 남자 김남일. 김남일 선수의 파울은 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등의 재미난 댓글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물론 오늘 경기결과에 김남일 선수 역시 많은 자책감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하지만 해당 댓글들 역시 김남일 선수를 비난하려하기 보단 독려하고 16강 진출로 들뜬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서, 또는 답변의 마지막 예상 스코어가 틀려버린 아쉬움에 한마디씩 적은것이라 생각됩니다. ^^ 김남일 선수도 이번 실수를 훌훌 털어내시고 박주영 선수처럼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는 멋진 골 한방 넣으리라 믿습니다.

벌써 시간이 8시네요...흑... 새벽 경기는 직장인을 힘들게 하는군요 ^^;; 빨리 출근준비 하고 나가봐야 겠습니다. 함께 응원한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이대로 16강을 넘어! 8강 4강 까지도 대한민국을 응원합시다~

짝짝짝짝짝!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