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의 일상다반사/잡다한글

지하철에서 쓰러진 간질환자. 바라만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소름돋아

아린. 2012. 7. 30. 07:30

오늘은 조금 무거운 주제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아마도 올해 봄에 있었던 일인데요. 여느때와 같이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하는 무미건조한 생활의 연속을 시작하였습니다. 평소처럼 mp3를 들으며 언제쯤 내가 앉을 자리가 생길까 하며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었죠. 

두어 정거장 지났을까요?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웅성이고 있었습니다. mp3를 듣던 제 귀에도 들릴 정도니 꽤 둔탁한 소리였습니다. 바로 옆이기도 했구요.

단순히 짐이 쓰러졌거나 선반위에서 뭔가 떨어졌거니 하고 생각하며 신경을 끄려 했지만 소리가 난 장소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빙 둘러싼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뭔가를 바라보면서 말이죠.

이제야 무슨 일일까? 하고 호기심에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바라본 그 공간엔 한명의 간질환자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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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한 출근길 빽빽한 2호선의 지하철 안에 유독 그 공간만이 마법처럼 넓어졌습니다. 바라보는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를뿐 아무도 그 사람 가까이로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환자라는 특이성을 제외한다면 흐르는 땀과 침에 범벅된 사람의 곁으로 간다는건 쉽지 않다는것은 알고 있습니다. 보통은 피하지요.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응급상황을 대치하고 아무도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점이 황당하기도 하였습니다.

"퍽. 퍽퍽."

환자분의 발작 증세가 갑자기 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구조물을 때리고 머리가 바닥을 두드렸습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앞에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 그 분을 잡고 우선 출입문에서 멀어지도록 해서 구조물을 때리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발작시 격한 힘으로 기물들을 가격할 시 신체에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땀과 침으로 범벅이 된 머리를 들어 올리며 바닥과의 거리를 두고 가방을 벗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를 혼자의 힘으로 모든걸 다 하기란 힘들었습니다. 주위를 쳐다보았습니다. 나와 환자분이 시장바닥에 노니는 각설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황당함을 넘어 분노와 사람들의 시선에 소름까지 돋을 지경이었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화도 나고 악에 받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자 그제야 나이가 있으신 남성분과 젊은 분이 도와주셨습니다. 그제야 한 두분이 전화기를 꺼내들고 지하철 신고센터 등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방을 벗겨내고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하고 계속 옆을 때리는 손발을 잡아 주었습니다.

다음 역까지의 1,2분 시간이 왜 그리도 길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다음역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건장하신 남성분들이 도와주셔서 그분을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쓰러졌던 분이 의식을 찾으신건지 스스로 윗옷을 벗어내려 하시더군요.

지하철 안전요원분께 인도해 드리지 못한것이 아쉽지만 저도 지하철을 놓치면 지각을 하는 지라 서둘러 회사로 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도왔다기 보다 저 역시도 내 응급처치가 잘못되었으면 어떻하지란 생각이 있었는지 손이 떨리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 진정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난리통에 손은 더러워지고 제 이어폰은 운명하셨구요... 10만원이 넘는건데;;;

물론 무서울 수도 있습니다. 내가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당황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옮는 병이 아닙니다. 만진다고 해서 같이 발작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조금 더럽다고 해서 같이 뒹굴며 온 몸이 더러워 지는것도 아닙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걱정하는 마음이 행동으로만 나타난다면 위급한 상황은 언제든지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저 산소증을 겪고 있어 격하게 움직일 경우 마비 증세가 오며 쓰러지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운동을 시작한 뒤로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강하던 저도 지병이란것을 급작스럽게 안고 살아갑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언제나 건강 할 순 없습니다. 그 지하철 바닥에 쓰러진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남에 일인양 바라만 본다면 어떠실것 같습니까...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 않을것이며 제가 이 글로 영웅심리니 뭐니로 내가 이랬으니 당신네들도 이렇게 해라! 하고 의기양양하며 자랑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쓰러진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 상기하고 살아간다면 누군가에게 뻗을 손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간단한 응급처치법 정도는 상식을 알고 있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환자를 손발을 잡았는데 그러지 마라고 하더라구요. 단순한 선의로 이도저도 안되는 경우를 만들지 않아야 겠다 싶었습니다.

긴글 지루하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한 번 생각해보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월요일 활기차게 보내야 하는데 이런 주제로 글을 시작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화이팅입니다. ^^;


ps. 얼마전엔 인도에서 노점상인 한분이 간질로 쓰러졌지만 거리가 어느정도 지나쳤고 상당히 급한 약속이 있어 도움을 드릴 수 없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똑똑히 보았습니다. 지나가던 중학생 또래의 여자 아이가 전화 도중에 그 모습을 폰카로 몇장 찍고는 다시 태연하게 웃으며 길을 떠나가던 모습을 말입니다. 도덕 수업이 좀 더 강화되었으면 싶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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