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의 맛집 탐방기/종로/대학로

▩종로/관훈동▩ 인사동 꼬막 정식으로 소문난 식당. 실망만 안고 나오다. 이미례감독의 여자만 관훈점

아린. 2014. 1. 2. 07:22

안녕하세요. '귀차니즘 그 미학'의 아린 입니다. 인사동의 거리는 언제나 그렇듯 인파들로 넘쳐납니다. 계절을 떠나 인사동은 언제나 관광객들과 나들이 꾼들로 북새통이죠. 사람이 많이 있는 곳엔 그만큼 입소문을 타는 곳도 많은 법이죠. 어느 식당에 가면 어떻더라, 또는 어느 카페에 갔더니 어떻더라. 내부 인테리어는 어떻더라. 맛은 어떻더라.

아린도 어느 식당에 가든 입소문을 꽤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평판을 받고 있는지를 알면 가야지 말아야지 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쉬운 편이기 때문이죠.

이전부터 인사동에 꼬막정식으로 정말 유명한 곳이 있다는 지인의 말에 벼루고 벼루다가 날을 잡고 한번 방문해 보았습니다. 아린이 또 꼬막 귀신이거든요. 특히 양념 꼬막을 진짜진짜 좋아합니다. 짭조름한 그 맛이란 완전 밥 도둑이죠. 함께 구경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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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에서 나와 인사동 거리로 향하다가 골목으로 빠지면 오늘의 목적지인 여자만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처음 여자만을 봤을 땐 '뭐지? 여자만 오라는 건가?' 하고 생각 할 수도 있는데 금남(禁男)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순천만의 옛 지명이라고 합니다. 벌교 꼬막으로 유명한 곳이죠.

상호를 보면 '영화감독 이미례의 여자만 관훈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미례 감독이 누구냐 하면 요즘 십 대 분들은 아시려나 잘 모르겠는데... 물망초, 영심이 등을 만든 감독입니다. 저도 그 당시엔 뭐 꼬꼬마라 이런 류 영화는 잘 보진 않았지만... 배우진들이나 영심이 정도는 알겠네요.

이미례씨가 감독을 그만두고 시댁에서 배운 남도음식으로 기반으로 시작한 음식점이 바로 여자만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지점이 총 5개가 된다든가 하던데 매출도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내부는 인사동 특유의 '전통적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내부가 그리 좁진 않습니다.

여자만의 식재료 원산지 표기인데요. 국내산이 많이 보이지만 가격을 맞추려고 한 건지 소고기의 경우 몇몇에선 미국산을 쓰는 것이 보입니다. 벌교 꼬막이 눈에 들어오네요.

서울특별시 음식점 위생등급이 AA입니다. 믿고 먹어도 되겠죠?

여자만의 메뉴입니다. 솔직히 가격이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정식을 먹으려면 적어도 1인에 15,000원을 소비해야 하므로 둘이 가서 먹으면 3만 원 이라는 밥 한 끼 치고는 부담스러운 금액이 소비됩니다. 게다가 정식은 무조건 2인 이상이죠. 뭐... 이 부분은 여느 한정식집도 비슷한 경우가 많으니 넘어가긴 하겠습니다만... 좀 아쉽습니다.

일단 꼬막을 먹으러 왔으니 꼬막정식 2인을 주문하였습니다. 시댁에서 배운 남도음식 맛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군요. 아... 물론 지금은 이미례씨가 직접 요리를 만들진 않겠죠.

기본 찬과 죽이 먼저 나옵니다.

죽은 보시다시피 깨죽으로 보이는데 상당히 찰진것이 떡을 먹는 것 같더군요. 음식을 먹기 전에 위를 한번 안정시키는 용도니 맛이라던지 이런 의미랑은 조금 멉니다. 별 간도 되어 있지 않고 그냥 깨죽입니다.

기본 찬들 모두 정갈하게 보이네요. 김치가 볶음 김치로 나온다는 것과 조개 젓갈이 나오는데 젓갈 맛이 괜찮습니다.

전 2종류가 나오는데요. 파전과 굴전입니다. 전의 맛은 알맞게 바삭하며 속까지 너무 깊게 굽지 않아 식감도 괜찮습니다. 아린은 굴이 비려서 굴을 안 먹는 편인데 요 굴전은 비리지 않고 괜찮네요.

전이 참 맛깔나게 찍힌것 같네요.

샐러드인데 간장 양념을 얹은 연두부가 함께 나오네요. 정갈하게 보이죠? 참... 찍어놓고 보면 한식이 제일 예쁜 것 같습니다. 맛은 그냥 새콤달콤 샐러드에 고소한 연두부입니다.

문제의 메인인 꼬막이 나왔는데요. 꼬막이 나오자마자 저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히 꼬막 정식에는 '양념 꼬막'이 나와야 했는데 '꼬막 무침'이 나온 게 아닙니까? 양념장에 잘 버무려진 밥 도둑 양념 꼬막을 생각했는데 초고추장에 범벅된 꼬막 무침이 나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주문을 받으신 직원분을 불러 물어보니 날이 더우면 양념 꼬막이 상할 수가 있어 꼬막 무침으로 대체되었다고 합니다. 그 대답에 기분이 더 상해 "왜 주문 받을 때 그런 것에 대한 언질이 없었나, 양념 꼬막이 안 나오면 꼬막 정식을 먹을 이유가 없지 않나."라 말하니 말했는데 못 들으신 거다 라고 대답 하시더라구요.

7월 중순이고 판매하는 사람이 그렇다니 그럴 수밖에 없구나 하겠지만 저도 일행도 전혀 그 부분에 대한 언질은 듣지를 못했고 입간판 어디에도 양념 꼬막이 날씨 때문에 꼬막 무침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문구도 없었습니다.

당장 박차고 나와버리고 싶었지만, 일행도 있어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꼬막은 비리지 않고 초고추장에 적당히 버무려진 맛이었습니다.

맑은 순두부 탕입니다. 된장을 살짝만 풀고 간은 적당히 되고 연두부와 조개 등으로 시원한 맛입니다. 순두부가 아니라 연두부를 넣은 것 같은데 그건 넘어가구요~

불고기 뚝배기입니다. 조금 단 것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불고기 맛과 다르지 않습니다.

고등어구이입니다. 국내산이라니 믿고 먹습니다. 냠냠. 소금간이 심하지 않고 속까지 적당히 구워져 괜찮습니다. 꼬막 정식 시켜놓고 고등어랑 함께 밥을 냠냠...

업체마다 음식을 내어놓을 때 저마다의 사정 탓에 다른 음식으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손님에게 먼저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과 미숙한 직원의 대응은 식사 내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온 일행도 양념 꼬막이 진짜 맛있는데. 하고 속상해하길래 다음에 다시 오잔 말만 하였습니다만 별로 다시 가고 싶진 않습니다. 차라리 벌교에 직접 가서 먹고 말지.

원래 12월 31일에 올릴 포스팅인데 이틀이나 늦춰졌네요. 컨디션이라던지 손가락이 다친 것 등으로 일정과 다르게 되었습니다. 신정 잘 보내셨나요? 한 해 계획은요? 작심삼일 말고 지켜나갈 수 있는 작은 계획부터 천천히 이뤄나가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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