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의 일상다반사/잡다한글

버스안 외국인.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하소연한 이유. 듣고보니 괜히 민망해

아린. 2012. 3. 3. 08:00

flickr ⓒ quinn.a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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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마눌님과 압구정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갔는데 차가 막히는 탓에 한참을 버스 안에 갇혀 있어야 했죠. 그렇게 답답함을 느끼며 목적지를 향해 가던중... 갑자기 앞 자리에 앉아 있더 젊은 남성분이 제 바로 앞 남성분을 향해 "excuse me" 하고 영어로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한국계 혼혈 외국인 이셨나 봅니다. 다행히 제 앞에 남성분은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신 분이셨습니다.

그 외국인 분은 버럭 화를 내시며 남성분께 하소연을 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아주머니는 원래 저런가? 어떻게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지나갈때 가방으로 나를 강하게 쳤는데, 어떻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는가?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이해할 수 없고 불쾌하다. 최소한 나에게 i'm sorry. 라는 한 마디라도 하고 가야 하는게 아닌가?"

얼추 상황은 이렇습니다. 맨 뒷자석에 앉아 있던 어느 아주머니께서 급하게 내리시며 외국인분의 팔과 어깨를 가방으로 강하게 치고 지나가셨나 본데. 아무런 사과도 없이 그대로 뒷문으로 내리신겁니다.

"한국인들 친절하고 좋다. 특히 한국인 젊은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해서 좋다. 하지만 왜 한국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친절한지 모르겠다. 방금도 그 아주머니는 나를 치고 지나갔는데 사과 한마디 조차 없다. 이 상황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속사포처럼 나오는 외국인분의 불만섞인 말을 듣고있으니 제가 괜히 민망스러워 지더라구요.

한국을 찾은 손님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못할 망정 저런 불쾌한 이미지를 심어버렸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나는 홍콩도 가봤다. 싱가폴도 가봤고 몽골, 러시아도 다녀봤다. 하지만 어느 국가의 사람도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방금과 같은 상황에서 내가 만약에 다쳤다면 어디에 말을 해야 하는가?"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내리실때 아주머니께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주셨다면 그 외국인 분은 이렇게 화를 내지도 않으셨을텐데 말입니다. 저 역시 해외에 갔을때 그 나라 사람들의 친절함에 반해서 다시 가야지 하고 마음에 되새기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말을 듣고 나니 괜히 더 미안해 지더라구요.

"나는 혼혈계이다. 내 외모가 이곳 사람들과 비슷하다 보니 그들은 내게 왜 한국말을 하지 않아요? 하고 묻는다. 하지만 난 한국말을 할 줄도 모르고 이곳 사람들은 영어로 물어보면 피하기 바쁘다. 그래서 난 이곳에 와서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모처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니 반가워서 말을 많이 하게 되는것 같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줘서 정말 고맙다. 그리고 이렇게 화를 내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한국에서 외국인 분들의 답답한 마음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장 제 경우도 외국인을 맞닿들이면 어떠한 상황이 이루어질까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아직은 외국인들에게는 많이 닫혀있는 한국의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도달하여 약 10여분간 하소연을 하던 그 외국인분의 대화를 더 들을 수 없었지만 내리면서 그 분께 부딪힐까봐 조심스럽게 내렸답니다. 살금살금 말이죠. ^^;;

급하고 빨리빨리가 몸에 베여버린 한국인들의 특성상 버스에서 내리다가 누군가와 부딪히는 일은 빈번한 일입니다. 흔한 일이다 보니 괜한 시비를 만들기 싫어 그냥 속으로 "에이~씨~"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문화적 차이가 다른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얼마나 불쾌하게 여겨질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한국. 그들에게 좋은것만 심어줄 순 없겠지만. 그들에게 적어도 나쁜 기억만큼은 주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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