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이미 감을 잡으신 분들 계시죠? 이번에는 좀 창피한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 제 얼굴에 침 뱉는 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혹여나 저 이외에 다른 분들이라도 이런 일을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화요일 있었던 일입니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여자친구가 사는 동네로 가게 되었습니다. 넉넉하게 약속시간을 잡느라고 한시간 뒤에 간다고 했었는데 이게 또 퇴근하기 전에 큰 건이 터져버려 어물쩡 거리다 10여분 늦게 도착을 하였습니다. 거기다 매번 가면서도 이놈에 길치스러움에 약속장소도 찾지 못하고 여자친구의 빨리 오란 독촉 전화를 두번이나 받고 만나기로 한 수제햄버거 식당으로 갔습니다. 여자친구가 먼저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먹으며 이야기 하고, 서로 먹여주며, 웃고, 떠들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네...좋았습니다. 이렇게 알콩달콩 한것이 바로 연애죠. 그렇습니다. 딱 여기까지 정말 좋았습니다. 이제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치를 살폈죠. 전 잽싸게 여자친구가 먼저 계산 할 까봐 여자친구의 지갑을 낚아채려 했.으.나. 실패... 여기서 포기 할 수 없다!! 빠르게 계산서를 집어 들었습니다. 여자친구는 못말린다는 듯 저를 쳐다보며 웃음을 흘리더군요. 보자~ 가격이...응? 햄버거 하나, 감자튀김 하나, 음료수 한잔에 15,000원이 조금 넘습니다. 뭔 놈의 햄버거가...

CC/flickr/uberculture

속으로 헛웃음을 삼키고는 전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월급날이 코 앞이라 통장 잔고가 아슬아슬 하지만 햄버거 하나 살 돈은 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직원에게 계산서를 건내고. 자연스럽게 지갑을 꺼내고. 자연스럽게 체크카드를 건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명을 하였죠...
이리저리 기계를 만지던 직원이 매니저를 부릅니다. 다시 긁고 긁더군요. 머리를 긁적이더군요.
'왜 그러지? 아직 잔고가 있을텐데? 설마?'
저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고는 모바일뱅킹으로 잔고를 확인했습니다. 이런 제길!! 지져스!! 오마이갓!!


CC/flickr/happyhorizons
엄마 어떻해! 살려줘!

잔고는 1원. 친절하신 KT 쿡! 에서 잔고를 털어가고 애정의 표시로 1원을 남겨주셨습니다. 네...인터넷 요금이 자동이체 되었더군요...분명 잔고를 확인했었고...이체일이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전 작은 목소리로 여자친구에게 바로 이실직고를 했습니다.
"저기..."
"응? 왜요?"
"돈이없어."
"응? 뭐라구요?"
아직 상황판단이 안되는 저희 여자친구. 그리고는 약간의 버퍼링...
"자동이체를 깜빡했어. 잔고가 없어. 미안."
"...아...악!! 뭐라구요?"
당황한 제 여자친구는 허겁지겁 지갑을 꺼내고는 직원에게 카드를 건내고 계산을 마쳤습니다. 계산이 끝나기 무섭게 저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도망치듯 그곳에서 빠져나왔죠. 정말 얼굴이 벌게지고 창피하고 여자친구에게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오빠는 어떻게 통장에 잔고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요! 이럴거에요? 사람이 나이가 몇살인데 돈을 왜 이렇게 계획성 없이 써요. 아휴 속상해 정말."
"미안해...내가 진짜 할 말이없다..."
"그럴걸 계산서는 왜 그렇게 뺏어가. 내가 계산한다니깐... 얼마나 창피했는데요."
"..."

정말 할 말이 없더군요. 여자친구에게 이런저런 구차한 변명들을 늘여놓고 미안하다며 화풀라고 알랑방구도 뀌며 동네를 두바퀴 정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딱히 할것도 없더군요. 주머니가 가벼우니까. 염치도 없이 이 상황에 그래도 어디가자~ 저기가자~ 할 순 없겠더군요. 뻔히 여자친구 주머니에서 돈 나갈것도 알고 식당에서의 일도 있고.

"오빠. 나 화나지 않았어요. 근데...오빠 이제 나이도 있구. 이젠 앞도 내다보면서 행동해야죠... 지금처럼 이렇게 펑펑 돈 쓰면 어떻해. 계획성 있게 돈 쓰라구요. 나 만나면 돈 쓸것 같아서 일부러 공부 핑계겸 두어달 잘 만나지도 못했는데 어디에 돈을 그리 쓴거야. 속상해."

CC/flickr/AMagill
그놈에 돈이란...

여자친구와 헤어지며 돌아오는 길에도 여자친구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스스로가 얼마나 한심하고 날 보는 여자친구의 맘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더군요. 제 나이 27살. 남들은 연봉이 3천 가까이가 다 되가네 집이 어떻고 차가 어떻고 하는데. 아직 이루어 놓은것 하나 없고 하루벌어 하루 사는 이놈에 인생이 왜 이리도 박복할까 싶기도 하고, 성인이 되고 난 후 지난 6년간 무엇하나 한게 없는 제 자신에 대해서도 화가 나더군요. 88세대란 말이 나오는 것 처럼 대학 4년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정규직 하나 없이 취업이 안돼는 또래의 나이보다는 그나마 낫겠지란 생각을 하지만 지방 오픈마켓업체에서 쥐꼬리만한 월급받고 매달 나가는 방세에 생활비에...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습니다.

빨리 자리를 잡아야 여자친구 부모님께 당당하게 인사도 드리고 정식으로 교제도 허락받고 나중에는 결혼도 생각해야 할텐데...머리가 많이 복잡해져 오더군요. 결혼만 현실? 연애도 현실입니다. 하하...특히나 정말 미래를 생각하고 진지하게 사귀는 경우에는 더 와닿죠.
지겨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달콤한 몇마디의 사랑 글 보다 가슴을 뜨끔뜨끔하게 하는 제 일상을 한번 적어봤습니다. 저 말고도 지금의 연인과 미래를 생각하며 사랑의 씨앗을 키워가는 여러분. 저처럼 이런 창피한일 안 겪으시려면 평소에 금전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1. Favicon of http://science.binote.com BlogIcon goldenbug
    2010.04.09 03:59 신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린'은 여자용 대화명같으네요. ㅎㅎㅎ
    오랜 시간동안 속이고 계신거죠? ㅋㅋㅋ

    • Favicon of http://guichanist.com BlogIcon 아린.
      2010.04.11 02:4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골든버그님 어서오세요 ㅋㅋ
      그런가요? 그런 오해 많이 듣곤 합니다. ㅎㅎ
      말투며 닉네임 때문에요 ㅋㅋ;;
      남자라 할때마다 많이들 놀라시더라구요 ㅋㅋ
      생물학적으로 분명 남자입니다 ㅎ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chohyungsa BlogIcon 야간비행사
    2010.04.09 09:45 신고

    아린님, 살다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인데 여자친구 앞이라 좀 당황하셨겠어요ㅎㅎ.
    재미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3. Favicon of http://t0ng.com BlogIcon 카리♂
    2010.04.09 10:57 신고

    글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

  4. Favicon of http://spmws15.tistory.com BlogIcon 빠삐코
    2010.04.09 11:11 신고

    괜찮아요~ 계산대에 있는 분들은 하루에 한두명 쯤은 자연스레
    겪는일 일텐데요. 너무 창피해 하지 마세요.. 어쨋든 먹은값을
    치루고 나왔으면 된거죠..ㅎㅎㅎ

    • Favicon of http://guichanist.com BlogIcon 아린.
      2010.04.11 02: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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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삐코님 오셨어요 ㅎ
      그래도 창피해요 ㅋㅋ 것도 여자친구 앞에서 ㅠ_ㅠ
      폼은 다 잡고 계산은 여자친구가...ㅋㅋ
      쥐구멍이 어디에...

  5. Favicon of http://paangel.tistory.com BlogIcon P.A엔젤
    2010.04.09 11:32 신고

    빙고~~

    귀차니즘님 예상대로 제목을 보고 내용을 짐작했습니당.^^

    근데 너무 평범한 것보단 가끔 이런 경험이 기억에 남고 추억이 되겠죠.???ㅎㅎㅎ

  6. Favicon of http://aiyuri.tistory.com/ BlogIcon 상호
    2010.04.09 13:18 신고

    ㅎㅎ 잘 보고 가여 ^^
    저도 돈 미리 미리 잘 챙겨야겠네여

  7. Favicon of http://nepomuk.tistory.com BlogIcon 네포무크
    2010.04.09 16:36 신고

    힘내세요. 누구한테나 생길 수 있는 일인데요 뭐 ^^
    좋은 주말 보내세요~

  8. Favicon of http://redpeppershotstory.tistory.com/ BlogIcon 레드페퍼
    2010.04.09 19:53 신고

    아이고 ㅜㅜㅜ 저런 경험 저도 있다죠.. 여자친구랑 놀러가기 하루전에 핸드폰 요금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일부러 계좌에 쟁여뒀던 8만원이 홀딱~! 통신사로 넘어가고... 전 그날 여자친구에게 욕을 먹어가며... 이상한 고양이 머리띠를 하고 돌아다니면서 용서받았다죠 ㅜㅜ

    • Favicon of http://guichanist.com BlogIcon 아린.
      2010.04.11 02:52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헐~ 저도 딱 8만원 좀 넘는 돈이었습니다. ㅋㅋ
      여자친구가 레드페퍼님 댓글보고 왕리본달린 머리띠 하고 다니랍니다 저더러 ㅎ

  9. Favicon of http://watch7942.tistory.com/ BlogIcon 야온얀오
    2010.04.09 20:44 신고

    으악 >.< 훈훈(?)하면서도 여러 고민이 담긴 포스트네요~☆
    ㅠㅠ 근데 왜 나까지 마음이 울적해지는고야...크릉...<==

  10. Favicon of http://caskers.tistory.com BlogIcon CAskers
    2010.04.09 23:28 신고

    ㅋㅋ 친구들하고 술자리 갖고 나서...폼나게~

    오늘은 내가 쏠께!! 하고 나왔는데....카드 인식 안되거나....

    잔액 부족이면.....

    그 때 친구들의 "이자식 계획적이었구만?" 이라는 ㅋㅋ 핀잔

    두렵죠 ㅋㅋ

    • Favicon of http://guichanist.com BlogIcon 아린.
      2010.04.11 02:5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어서오세요. CAskers님
      아...카드가 인식이 안되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겠군요!
      저도 차라리 인식이 안됐다면 덜 창피했을까요 ㅠ_ㅠ

  11. Favicon of http://isonara.tistory.com BlogIcon 이소v
    2010.04.10 03:08 신고

    많이 당황하고, 난감하셨을 상황이네요.
    그래도, 이런 경험도 있으니까 아린님은 더 꼼꼼해지실거에요~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

    • Favicon of http://guichanist.com BlogIcon 아린.
      2010.04.11 02:5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이소님 어서오세요.
      맞아요 ㅎ 이런 일 겪었으니 앞으로 금전관리 확실하게 해야겠어요.
      이런일 두번 생기면 정말 소박맞을거에요 ㅋㅋ

  12. Favicon of http://ansaudrn.tistory.com BlogIcon MK문
    2010.04.10 10:25 신고

    27살이면..아직 젊습니다...ㅎㅎ;;
    연볼 3000...말이야..쉽죠..

    • Favicon of http://guichanist.com BlogIcon 아린.
      2010.04.11 02:5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MK문님 오셨네요~
      27살... 그리 젊은 나이는 아닌데 말이죠 ㅠ_ㅠ 흑흑
      서글퍼 집니다 ㅋㅋ 친구녀석은 벌써 3천 가까이가 되더라구요...후...
      전 뭐 했나 싶습니다.

  13. Favicon of http://garamdong.tistory.com/ BlogIcon 안단테
    2010.04.10 11:53 신고

    에고, 정말 난감하셨겠어요. 그래도 피앙새 분이 잘 이해해주셔서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나이가 저랑 동갑이시군요! 피차... 화이팅입니다!

  14. Favicon of http://thepleiades7979.tistory.com BlogIcon 칠자매별
    2010.04.10 23:37 신고

    ㅎㅎ 지나면 다 추억입니다.

    같은 상황이 저도 두어번 있었죠.

    제 경우를 보면 아린님 여자친구분은 그냥 천사! 킁~ ㅡ.ㅡ

  15. Favicon of http://ohbox.textcube.com BlogIcon 오박
    2010.04.18 23:43 신고

    ㅋㅋㅋ 전 무슨 소득공제 이런 포스트인지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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